음성듣기 (해설)
음성듣기 (묵상 및 기도)
해설:
1절부터 9절까지는 The Byrds의 “Turn, Turn, Turn”이라는 노래로 널리 알려진 ‘때에 관한 시편’이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에 사용된 히브리어 ‘쯔만’은 객관적인 시간을 말하고, “알맞은 때가 있다”에 사용된 히브리어 ‘에트’는 결정적 타이밍을 말한다. ‘쯔만’은 헬라어 ‘크로노스’에 가깝고, ‘에트’는 헬라어 ‘카이로스’에 가깝다. 하나님께서 정해 놓으신 질서를 따라 시간(쯔만)은 흘러가는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각자는 자신의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2절부터 9절까지에서 전도자는 열 네개의 행으로 인생사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을 대조시켜 보여준다. 히브리인들의 사고 방식에서 일곱은 완전수인데, 전도자는 완전수의 두 배를 나열함으로써 인생사의 모든 일들을 포괄한다. 앞의 것은 좋은 일들이고, 뒤의 것은 나쁜 일들이다. 사람들은 좋은 일들을 반기고 나쁜 일들은 거부한다. 하지만 나쁜 일들도 인생사의 일부다.
이것은 한계적인 인생사에 주어진 몫이다. 인간의 노력으로 무엇을 뺄 수도, 더할 수도 없다(9-10절). 따라서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이 허락하는 것들을 겸허히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의 방법이다(11절).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는 구절을 개역개정은 “하나님은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고 번역해 놓았다. “영원”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하 올람’은 초월적 세계를 가리킨다.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 초월적인 세계까지 알고 싶어하지만, 주어진 한계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어지는 시간 동안 주어진 일에 성실하며 하루치의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다(12절). 하루치의 수고와 하루치의 기쁨을 맛보는 것 역시도 하나님의 은총이다(13절).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다 알 수 없지만, 모든 변화가 그분의 다스림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분을 경외할 수밖에 없다(14-15절). 인간사회에 절대 선과 절대 의는 존재할 수 없다(16절). 그것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17절).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
때로 인간이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죽어서 썩어 없어진다는 점에 있어서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다(18-20절). 죽은 후에 사람과 짐승이 가는 곳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것도 확인할 수 없다(21절). 따라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여기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기쁨과 보람을 누리며 사는 것이다. 죽은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22절).
묵상:
현대 문명은 인간의 한계를 끝없이 확장시켜 왔습니다. 과학 문명과 의학 연구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에는 속절없이 당해야 했던 일들을 이제는 당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한 때 수 많은 생명을 빼앗아 갔던 전염병들을 하나씩 정복 했고,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질병들도 다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화 현상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늦출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간의 수명은 과거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AI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머지 않아 영생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약해지는 것, 병드는 것, 늙는 것 그리고 죽는 것을 과거보다 더 혐오하고 두려워합니다. 과거에는 그 모든 것이 인생의 패키지에 들어 있는 생의 일부라고 생각했는데, 현대 문명 발전으로 인해 그것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들이 제거하고 정복하고 억압할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면 망했다고,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약해지는 것은 실패요, 늙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고, 죽는 것은 참담한 파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도자는 현대인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착각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우주의 운행을 보아도, 생명 현상을 보아도, 약해지고 늙어지고 병들고 죽는 것은 생명 현상의 일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알맞게 만드셨고, 때에 따라 살게도 하시고 죽게도 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자신을 맡기고 그분의 섭리를 따라 사는 것이 가장 바르고 복된 일입니다. 수용과 겸손, 이것이 참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품어야 할 미덕입니다.
기도:
주님, 저희의 교만을 꺾어주십시오. 저희를 하나님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주시고, 주님의 시간을 따라 겸손히 저희 몫의 기쁨과 아픔을 껴안게 해주십시오. 매일 주어지는 나날을 감사로 받고 의미로 채우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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