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듣기 (해설)
음성듣기 (묵상 및 기도)
해설:
바울 사도는 아킵보와 온 교회에게 “나를 맞이하듯이”(17절) 오네시모를 맞아 달라고 부탁한다. “동지”는 ‘코이논’의 번역으로서, 운명을 함께 나누는 사람을 가리킨다. 후대 해석자들은 “그가 그대에게 잘못한 것이 있거나, 빚진 것이 있거든”(18절)이라는 말에 근거하여 오네시모가 주인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고 추측했다. 그것은 노예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만들어 낸 오역이다. 본문 자체에는 그렇게 추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 사도는 오네시모가 노예로서 주인인 아킵보에게 재정적인 빚이나 용서 받을 어떤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사도가 갚아 주겠다고 약속한다.
당시에 편지를 쓸 때는 전문 필경사를 고용하여 대필하게 했다. 그래서 “나 바울이 친필로 이것을 씁니다”(19절)라고 덧붙였다. 이 지점에서 사도가 펜을 넘겨받아 서명하듯 이 문장을 쓴 것이다. 그러면서 사도는 아킵보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빚을 졌는지를 상기시킨다. 그는 아킵보가 자신이 요청한 것보다 더 넘치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인다(20-21절). 사도는 곧 그의 교회를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숙소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다(22절).
마지막으로 사도는 자신과 함께 있던 사람들의 안부를 전한다. 에바브라는 사도와 함께 감옥에 갇혀 있다. 사도는 골로새서에서도 에바브라의 헌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1:7; 4:12). 다른 네 명의 동역자들(마가, 아리스다고, 데마, 누가)은 감옥 바깥에서 오가면서 도왔을 것이다. 디모데후서 4장 10절에 보면, 데마는 박해를 견디지 못하여 바울을 떠났다.
묵상:
이 짧은 편지가 성경 안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아킵보가 바울의 청에 응답하여 오네시모를 자유인으로 만들어 돌려 보내 주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편지가 보관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킵보는 바울의 청을 따라 행했고, 그것이 믿는 이들 사이에 미담으로 퍼졌을 것입니다. 아킵보는 그의 집을 교회의 집회소로 사용하도록 내어 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바울과 복음을 위해 오네시모를 기꺼이 내어 주었습니다. 당시 노예는 가장 값비싼 재산 목록 중 하나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오네시모는 이미 사도를 통해 새 사람으로 변화되었지만, 이 사건을 통해 더 깊은 감화와 감동을 받았을 것입니다. 자신에 대해 이런 편지를 써 준 사도에게 깊이 감사했을 것이고, 사도의 청을 받아들여 자신을 자유인으로 방면해준 아킵보에게도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오네시모로 하여금 더욱 신실하게 복음을 위해 헌신하게 만든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교회 전통에 의하면, 오네시모는 나중에 에베소 교회의 감독이 되었다고 합니다. 복음은 이렇듯 사람의 내면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도 달라지게 만듭니다. 이것이 복음이 가지고 있는 ’전복적 힘‘입니다.
이 편지를 통해서 느끼는 가장 큰 감동은 사람에 대한 바울 사도의 지극한 사랑과 관심 때문입니다. 그는 오네시모를 극진히 사랑하고 아꼈습니다. 오네시모가 사도에게서 인격적인 감화를 받지 않았다면 그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킵보에게 오네시모를 자유인으로 풀어달라고 청하면서도, 그가 빚진 것이 있거나 잘못한 것이 있으면 자신이 다 갚겠다고 약속합니다. 또한 사도는 최대한의 예의와 존경으로 아킵보를 대합니다. 사도로서 명령할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동지로서 자신을 낮추어 그의 진심에 호소합니다. 그와 같은 진심이 아킵보의 마음을 열게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빌레몬서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 낸 한 편의 이야기입니다. 구약성서에 룻기와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깊은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 믿음은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믿음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으로 인해 그리고 사랑을 위해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기도: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신 주님, 그 사랑으로 저희를 구원해주신 주님, 저희도 그렇게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저희에게도 사랑으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 풍성하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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