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듣기 (해설)
음성듣기 (묵상 및 기도)
해설:
마지막으로 사도는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축복의 인사를 전한다. “평화” 즉 “샬롬”은 유대인들의 상투적인 인사말이기는 했지만, 로마의 식민지인 데살로니가에서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당시 로마 제국은 “로마가 주는 평화”(팍스 로마나)라는 이념을 선전하면서 그들의 정복 전쟁을 정당화 했다. 로마 제국의 깃발 아래에 들어와야만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로마 제국의 식민이 되면, 전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전쟁의 위협이 사라졌다고 해서, 평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소시민들은 로마의 식민이 됨으로 인해 더 불안한 일상을 살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의 주님께서 친히 언제나 어느 방식으로든지, 여러분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빕니다”(16절)라고 기도하는 것은 로마 제국의 정치 선전에 대한 은밀한 비판이며, 로마가 주는 평화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가 더 우월하다는 암시를 담고 있다. 진정한 평화는 로마 황제가 아니라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것이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언제나” 누릴 수 있고, “어느 방식으로든” 얻을 수 있다.
다른 편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도는 마지막에 직접 친필로 인사말을 쓴다(17절). 사도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편지에 서명하는 표”다. 사도는 마지막으로 그리스-로마식의 인사말(“은혜”)로 편지를 마무리 한다(18절). 다만, 그 은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온다.
묵상:
오늘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이념은 무엇일까요? 클린턴이 대통령 선거에 사용했던 구호(“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가 우리 시대의 이념을 가장 잘 담아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마 제국이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평화(전쟁의 부재)라고 선전한 것처럼, 오늘 우리 시대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돈이라고, 먹고 사는 문제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먹사니즘”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로마 제국이 선전한 평화나 신자유주의 시대가 선전하는 경제나, 근본적인 문제 의식은 동일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물리적 조건입니다. 그런 점에서 전쟁과 가난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대한 위협입니다. 하지만 전쟁의 위험 없이 넉넉히 먹고 사는 것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는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마 4:4). 로마가 선전하는 평화도, 신자유주의가 선전하는 경제도, 알고 보면, 매우 기만적입니다. 인간 존재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로마가 주는 평화도, 신자유주의가 약속하는 경제도 아닙니다. 문제는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하나님이 되어 살려는 인간의 불신앙이요, 그로 인해 발생한 인간성의 파괴이며, 그 결과로 생겨난 현실 지옥입니다. 바울 사도가 편지를 쓸 때마다 “하나님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와 은혜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라고 기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평화”라는 말로 기대한 모든 것 그리고 그리스-로마인들이 “은혜”라는 말로 기대한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회복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도:
진리의 주님, 세상 선전에 속지 않게 해주십시오. 평화의 주님, 세상이 약속하는 평화에 현혹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머리 둘 곳도 없이 사신 주님, 물질주의에 사로잡히지 않게 해주십시오. 주님 안에서 참 평화를 누리고 자족하는 비결을 배워 세상을 이기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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