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듣기 (해설)
음성듣기 (묵상 및 기도)
해설:
바울 사도는 종에 대한 지침으로 넘어간다. 사도는 노예 제도를 철폐하는 일보다는 주인과 노예 사이의 왜곡된 관계를 바꾸는 데 관심을 두었다. 고린도전서 7장, 에베소서 5장, 골로새서 3-4장, 빌레몬서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도는, 믿음을 가진 주인들에게는 종들을 형제 자매로 대하도록 권했고, 노예들에게는 자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자유하되, 그렇지 않다면 신실하게 자신의 책임을 다하라고 권했다. 그렇게 하면, 주종관계는 형제자매 관계로 바뀌고 노예 제도는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1-2절의 권면은 이러한 가르침의 배경에서 읽어야 한다. “종의 멍에를 메고 있는 사람”(1절)이라는 표현으로 사도는 노예제도의 불의함을 은근히 드러낸다. 불의한 제도 하에서 억압과 착취를 당하다 보면, 분노와 불만으로 행동하기 쉽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다. 제도가 불의하고 주인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신도인 종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소임을 즐거이 행해야 한다. 불의를 묵인하라는 뜻이 아니라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1)는 뜻이다. 그럴 때 주인은 종이 믿는 하나님과 그 종교의 가르침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
주인이 신도인 경우, 그의 믿음이 옳다면, 주인은 노예를 형제처럼 선대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럴 때, 신도인 종은 주인의 선의를 악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사도는 “그 주인이 신도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됩니다”(2절)라고 주의를 준다. 주인이 선대할수록 “오히려, 주인을 더 잘 섬겨야” 한다. 신도인 주인은 더 이상 억지로 복종해야 할 상전이 아니라, “동료 신도요,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묵상:
현대인들은 노예 제도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바울을 비난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울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비판입니다. 그는 신생 종교를 전파하는 유랑 전도자였습니다. 불의한 사회 제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개혁을 추진할 만한 세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는 노예 제도 위에 세워진 로마 제국 안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노예 제도에 대한 비판은 대역죄에 속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노예 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었습니다.
주인과 종에 대해 바울 사도가 한 말씀들을 종합해 보면, 그는 노예 제도가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면 불의한 제도들이 무력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복음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모든 차별을 뛰어 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는 복음이 전파되면 그로 인해 노예 제도가 무너질 것이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도는 믿지 않는 주인을 둔 신도에게 최선을 다해 주인을 섬기라고 이릅니다. 에베소서와 골로새서에서는 “주님을 섬기는 것처럼” 주인을 섬기라고 권합니다. 억지로 혹은 불평하며 섬기지 말고, 기쁨으로 섬기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할 때 가장 유익을 얻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인데, 즐겁고 신나게 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또한 그렇게 할 때, 믿지 않는 주인은 신도인 종이 믿는 하나님과 복음에 대해 달리 생각할 것입니다. 그것이 복음을 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신도인 주인들은 “신도인 주인을 섬기는 종들은, 그 주인이 신도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됩니다”라는 말에서 자신들을 향한 사도의 메시지를 들었을 것입니다. 노예를 소유한 주인이 복음을 받아들였다면, 더 이상 종을 가축이나 재산으로 취급하지 말고 사랑하는 형제 자매로 대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종들 중에는 주인의 선의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도는 그들에게, 주인이 선대할수록 더욱 정성껏 섬기라고 이릅니다.
여기서 우리는 복음이 우리가 맺은 모든 관계를 새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복음은 여자와 남자, 종과 주인, 이방인과 유대인 등, 사람들이 만든 모든 차별을 넘어서게 합니다. 하지만 복음의 최종 목적은 형식적 평등이 아닙니다. 복음은 믿는 이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종노릇 하게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질서입니다.
기도:
주님의 복음이 오늘 저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와 정의와 권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백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 은총과 축복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로 하여금 이 열매를 누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직도 이 열매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쓰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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