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시내 산에서 내려온 이후, 모세는 이스라엘의 온 회중을 불러 모은다(1절). “회중”은 히브리어 ‘에다’의 번역으로서 종교적인 공동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을 모아 놓고”라는 번역보다는 “이스라엘 자손을 믿음의 공동체로 모아 놓고서”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모아 놓고 예배 공동체로 회복시켜 놓았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 모세가 그들에게 첫 번째로 요청한 것은 안식일이 준수였다(2절).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라는 말은 법으로서 선포한 말이 아니라 경고로서 준 말이다.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라는 뜻이다. “어디에서도 불을 피워서는 안 됩니다”(3절)라는 말은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불을 피우지 말라는 뜻이다. 안식일에 먹을 음식 중 불을 피워야 하는 것들은 그 전날에 준비해 두는 것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관습이 되었다.
묵상:
성막과 제사장에 대한 긴 지시(25장-31장) 끝에 주님은, 안식일 지키는 것에 대해 강조하십니다(31:12-17). 성막과 제사장에 대한 지침의 목적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게 하기 위함에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성막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명령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성막이 공간의 성소라면, 안식일은 시간의 성소입니다. 하나님은 공간의 성소를 세우기 전에 시간의 성소를 먼저 세우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창조 원리였습니다.
안식일 규정을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일 주일에 하루를 철저히 안식함으로써 그들은 하나님의 공급하심과 돌보심에 의지하여 사는 존재들임을 기억해야 했습니다. ‘일’은 곧 자신의 생존을 위한 노동을 말합니다. 일 주일에 하루 동안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자신의 생존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긴다는 뜻입니다. 안식일에는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 은혜를 이웃과 나눕니다. 그렇게 함으로 우리의 존재가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인정한 후에야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성전을 폐하시고 온 세상을 성소로 만드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은 일 주일에 하루를 거룩하게 지키는 안식일 전통을 폐하시고 모든 시간을 거룩하게 하셨습니다. “신령과 진정으로”(요 4:24)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나 지성소에 살고 있는 것이며, 어느 때든 거룩한 시간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축하하기 위해 우리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주일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매일 골방에서 주님을 찾는 것입니다.
기도:
공간의 주님, 저희가 어디에 처하든, 거기가 주님 나라입니다. 시간의 주님, 저희의 하루하루가 주님의 영원에 깃들어 있습니다. 저희가 행하는 모든 일이 주님께 드리는 예배입니다. 저희 존재 전체가 주님께 바쳐진 제물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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