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0장 18-26절: 하나님을 가리지 않도록

2–3 minutes

음성듣기 (해설)

음성듣기 (묵상 및 기도)

해설:

18절 이하의 본문은 19장 25절에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시내 산에서의 하나님의 현현 사건을 묘사하는 중간에 십계명 본문이 끼어 들어간 셈이다. 

백성은 시내 산 위에서 나는 “천둥소리와 번개와 나팔소리를 듣고” 산 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았다(18절). 그 모습을 보고 백성은 두려워 떨면서, 모세에게 중재해 주기를 간청한다(19절). 자신들이 직접 대면하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앞에서(19장 9절) “내가 이렇게 하는 까닭은 내가 너와 말하는 것을 백성이 듣고서, 그들이 영원히 너를 믿게 하려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모세는 그 말씀을 백성에게 전해 준다(20절). 그런 다음 모세는 산 위로 올라가고, 백성은 뒤로 물러선다(21절). 

산 위에서 하나님을 대면했을 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백성이 그에게 하는 말을 다 들었다고 하시면서(22절), 우상을 섬기지 못하게 하라고 이르신다(23절). 제물을 드리기 위해 제단을 쌓을 때는 흙으로 쌓고, 돌을 사용해야 할 때는 자연석을 사용하라 하신다(24-25절). 돌에 정을 대지 말하는 말은 제단을 장식하는 데 신경을 쓰지 말라는 뜻이다. 제단을 쌓을 때는 층계를 놓지 말라고 하신다(26절).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의복을 입고 층계를 올라가면 아랫도리가 드러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교 의식에서 벌어지는 성적인 방종과 연결될 수 있다.

묵상:

제단을 만들 때 흙으로 쌓거나 자연석을 이용하라는 말씀을 주목합니다. 돌에 정을 대지 말라는 말씀은 제단을 보기 좋게 만들지 말라는 뜻입니다. 층계를 만드는 것도 돋보이게 만들고 싶은 욕심에서 나옵니다. 층계를 사용하여 제단을 높이 세우는 것은 바벨탑을 세운 것과 같은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층계를 만들면 제사장들이 오르고 내려오면서 알몸을 드러내게 되어 삿된 욕망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제단에 대한 지시 사항들은 제단의 본질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제단은 하나님을 향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큼 장식해서도 안 되고, 삿된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제사를 드릴 때는 온전히, 거룩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방문했던 시골 예배당 모습이 생각납니다. 간이 천막으로 지어진 예배당 안에는 붉은 흙벽돌로 투박하게 만든 제단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오래 된 나무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습니다. 그 제단 앞에 섰을 때 야곱이 세웠던 돌단이 생각났습니다. 그곳에 앉아서 기도하는데, 제가 늘상 예배드리는 아름다운 예배실보다 그곳에 하나님의 임재가 더 충만할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 하나도 없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임재가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름답게 지어진 예배당이 소용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해 줄만큼 정갈하고 거룩하게 지어진 예배당은 소중합니다. 다만, 우리의 시선이 인간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하나님을 망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바라보게 해야 할 제단이 하나님을 보지 못하게 하는 도구가 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기도:

주님, 저희 눈이 화려하고 현란한 것에 사로잡히지 않게 해주십시오. 저희의 귀가 듣기 좋은 소리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저희의 혀가 맛난 것에 중독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래야만 주님을 보고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3 responses to “출애굽기 20장 18-26절: 하나님을 가리지 않도록”

  1. gachi049 Avatar
    gachi049

    하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끝없는 사랑을 베프셨습니다. 그사랑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표현 하셨습니다. 믿음의 공동체 모두는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서 끝까지 사랑하신 주님의 사랑을 닮고 전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품격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성령께서 동행하시고 도와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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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illkim9707 Avatar

    십자가의 은혜를 갖고 주님의 지성소에 두려움없이 언제든지 들어갈 특권을 허락하신 사랑과 은총의 하나님께 영광을 드려올립니다.

    세상의 안목에 취중하여 지나치게 장식하는 제단이 아니고 오직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제단을 영혼에 지어가는 사귐의 소리 식구 모두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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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oung mae kim Avatar
    young mae kim

    하나님을 위한 제단을 만들 때 지켜야 할 말씀을 읽으니 한국에서 같이 교회 생활을 하던 도예가가 생각 납니다. 자기가 구상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의자에 대한 생각을 말한 적이 있는데 어디에서 사용하는 의자냐에 따라 디자인 하면서 고려할 점이 달라진다는 말을 했습니다. 감방에 놓는 의자도 쓰는 사람을 생각하고 만들면 좋겠다는 말이 신선하게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며칠 전에 어떤 이가 자기 페이스북에 교도소를 설계하는 것이 꿈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감방 안의 의자도, 교도소도 주요 사용자 end user 는 재소자입니다. 재소자의 인권을 고려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말일 것입니다. 교회 설계와 교도소 설계는 양극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예배하는 공간입니다. 교도소는 사회에서 범죄한 사람들이 자유과 권리를 상실한 상태에서 한시적으로 벌을 받는 공간입니다. 교회나 성당 중에는 건축상을 탄 작품이 많습니다. 역사적 건물로 인류사에 남기도 합니다. 건축물로 유명한 교도소는 없습니다. 교도소에 얽힌 스토리로 유명한 곳은 있을지라도 공간미술로 알려진 곳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사뭇 ‘이상하게’ 들립니다. 금이나 은으로 된 신상을 만들지 말라고 하십니다. 흙 제단을 쌓으라고 하십니다. 돌로 쌓을 때에는 연장을 써서 돌을 다듬지 말라고 하십니다. 층계를 만드는 것도 원하지 않으십니다. ‘디자인’이 없는 제단을 만들라는 것과 같습니다. 보기 좋고 멋진 디자인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출애굽기를 읽어가면 제단 회막 등잔대 성물 제사장의 옷 등등 만들라고 하시는 물건들이 많아집니다. 디테일 하나 하나 다 구체적입니다. 디자인이 아예 없는 제단에서 디자인 변경 불가능 제단으로 바뀝니다. 왜 그럴까요.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하라는 뜻이 아닐까요. 교도소 설계에 재소자의 인권을 담는 것과 예배당 설계에 하나님의 권리를 담는 것은 같은 정신 아닐까요. 하나님은 우리의 전심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오래 오래, 많이 많이 생각하기를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은 엘에이 주민에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불법체류자 검거에 나선 경찰과 시민 시위대가 부딪치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대치하는 상황으로 까지 번졌습니다. 하나님께 집중하는 일은 제단 앞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은 주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도와 주세요. 주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이들을 보호해 주세요. 법과 질서가 자비의 옷을 입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압니다. 정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용적인 해답들이 더 급한 것 같습니다. 주님의 지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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