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2장 21-28절: 유월절 어린 양의 피

2–3 minutes

음성듣기 (해설)

음성듣기 (묵상 및 기도)

해설:

모세는 이스라엘의 장로들을 불러 유월절 제물에 대한 하나님의 지시를 전한다(21절). 제물로 잡은 양이나 염소의 피를 우슬초 묶음으로 찍어서 출입문 상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바르라는 것이다(22절). 우슬초 묶음에 피를 적셔서 바르라는 말은 모세가 덧붙였다. 우슬초(우리 이름 쇠무릎)의 줄기를 잘라 말리면 유용한 생활 도구가 된다. 구약성경에서 우슬초는 제사 예식에서 주로 피를 찍어 바르거나 뿌리는 데 사용되었다. 모세는 유월절이 시작되는 저녁부터 아침까지 아무도 문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당부도 전한다. 그래야만 이집트 사람들에게 내린 재앙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23절). 

동시에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매 년 유월절을 지켜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일을 기억하게 하라고 이른다(24-25절). 유월절 예식을 지킬 때 출애굽 사건을 경험하지 못한 후손들은 “이 예식이 무엇을 뜻합니까?”(26절) 하고 물을 것인데, 그러면 주님께서 조상들에게 베푸신 일들을 알려 주라고 지시한다(27절). 

모세의 지시 사항을 다 듣고 나서 이스라엘의 장로들은 그 자리에 “엎드려 주님께 경배를 드렸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순간, 그분께 경배를 드리게 되어 있다. 그들은 모세의 지시 사항을 백성에게 알렸고, 백성은 지시대로 따랐다(28절).  

묵상: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의 지시를 듣고 그대로 순종했다고 전합니다. 뒤에 가면,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은,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명하신 대로 하였다”(50절)고 강조합니다. 성경의 기록에서 “모든”이라는 형용사는 자주 “하나도 빠짐없이”라는 뜻이 아니라 “대다수”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들 중에는 모세와 아론이 전한 이야기를 믿지 못하여 실행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모세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집트 사람들 중에도 선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나님이 그들을 무차별적으로 심판하신다는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도 당장 천벌을 받아 마땅한 악인들이 적지 않았을 터인데, 출입문에 양이나 염소의 피가 발라져 있다는 사실 하나로 죽음을 면한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그런 잔인하게 심판하실 것이라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모세가 지시한 방법이라는 것도 너무나 미신적이고 주술적으로 보입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의구심에 붙들려 주저하다가 맏아들을 잃는 비극을 당했을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반론들은 예수님의 복음을 전할 때 자주 듣는 익숙한 레파토리입니다. 희생된 짐승의 피로 인해 구원 받는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한 유대 청년이 흘린 피로 인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말은 참으로 믿기 어렵습니다. 믿고 행하면 구원 받는다는 것도 공정해 보이지 않습니다. 각 사람의 공과를 평가하여 구원 여부를 정하는 것이 더 정당해 보입니다. 

팔짱을 끼고 우리의 좁은 머리로 따져 보면, 십자가의 보혈로 구원 받는다는 말은 “거리낌”이거나 “어리석음”(고전 1:23)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그 복음을 받아들이면, 그것은 “구원하는 능력”(롬 1:16)이 됩니다. 

기도:

지금 돌아보니, 제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보혈의 신비를 품게 된 것은 기적입니다. 복음을 거부하지 않을만큼 저희를 어리석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의 지혜로움이 주님의 어리석음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주님 말씀에 “아멘” 하고 순종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합니다. 아멘. 

4 responses to “출애굽기 12장 21-28절: 유월절 어린 양의 피”

  1. gachi049 Avatar
    gachi049

    난곤불락의 요새인 여리고성을 칠일동안 돌라고 할 때 좁디좁은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없지만 온 우주를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께 순종하면 피흘리는 전투 없이 무너뜨린 것처럼 순종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 합니다. 주님. 믿음의 공동체 모두가 지혜스러운 말씀에 영혼의 분별력을 통하여 순종하는 은혜를 허락하여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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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illkim9707 Avatar

    티끌 만의 부조리도 용납하지 않으시는 공의의 심판자 하나님을 생각할때 은혜없이는 도저히 가망이 없는 형편입니다. 사랑으로 공의를 덮으신 구원의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려올립니다. 항상 샘물과 같은 보혈로 정하게 하시는 주님께 더 좋은 찬양과 예배로 남은 여생을 지내도록 도와 주십시오. 허락하신 자녀들에게도 같은 은총을—-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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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enderlya0860fa447 Avatar
    tenderlya0860fa447

    비 내리는 목요일 아침입니다. 어린양의 피를 우슬초에 묻혀 그 피로 이스라엘의 집을 표시하라는 명령. 어린양의 피로 죽음의 재앙은 이스라엘 족속의 집들을 건너 뛰어 (passover) 유월합니다. 애굽의 다른 집들은 자유인이든 노예이든 모두 화를 당하게 되지요. 왜 굳이 노예까지? 왜 선악의 구분도 없이? 모르겠어요. 오직 언약의 자녀만이, 오직 어린양의 피로만, 오직 구원의 계획을 듣고 믿은 자만이 구원을 받게 되네요.

    메트로를 타고 출근합니다. 비에 촉촉히 젖은 창밖의 풍광, 그리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왠지 애잔하게 느껴지는 아침. 마음 탓일까요? 죄의 본성을 지닌 자. 본질상 진노의 자녀였던 자. 그런 제게 복음을 주시고, 보혈의 능력으로 약속의 자녀로 그 신분을 바꿔주신 은혜. 그 사랑이 내 영을 살리고 그 은혜가 내 발길을 지키시는 그런 하루 되기를.

    십자가 십자가 내가 사모할 때에 나의 맘에 큰 고통 사라져. 그 믿음이 내눈을 밝히고 그 기쁨이 내 삶의 여정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시길. 아빠 우리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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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young mae kim Avatar
    young mae kim

    유월절 본문을 읽으면서 조너던 색스 랍비의 글들도 찾아서 읽습니다. 그는 유대인의 자기 이해를 돕는 글들을 많이 썼습니다. 유대인의 정체성이라는 큰 이야기와 자기 이해와 성찰이라는 작은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는 랍비 전승 가운데 중세시대의 천재로 알려진 마이모니데즈 (Maimonides)의 해설을 소개합니다. ‘람밤 Rambam’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랍비 마이모니데즈는 자연주의자였습니다. 자연주의자와 초자연주의자의 차이는 기적에 대한 이해가 다릅니다. 기적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보여주는 전설이 있습니다. 부인이 아기를 낳자마자 사망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아기를 안고 쩔쩔 맵니다. 너무 가난하여 젖을 먹일 유모를 구하지 못합니다. 절망 속에 있는 그에게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의 가슴에서 젖이 나옵니다. 그는 자기 젖으로 아기를 키웁니다. 이 이야기를 해석하는 랍비 전승이 두가지입니다. ‘놀라운 기적을 보라, 기적이 일어난 이 아버지를 보라’는 랍비가 있습니다. 초자연주의자 랍비입니다. 반대로, ‘한심하기 그지 없는 아버지 아닌가, 아기를 키울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하다니, 기적에 의존하다니’ 하는 랍비는 자연주의자입니다. 기적이 일어났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는 파와 ‘오죽하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하는 파로 갈린다고 할 때, 람밤은 기적에 밑줄을 긋지 않는 자연주의자였습니다. 그런 람밤이 기적으로 가득한 유월절에 대해 뭐라고 가르치는가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람밤은 모세가 기적을 일으킨 것은 당시의 유대 백성에게 기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기적 외에는 히브리 백성을 이집트에서 끌고 나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모세가 위대하다거나 예언자라는 증명이 아닙니다. 모세가 리더로 세워진 것은 시내산에서였다고 람밤은 말합니다. 출애굽 사건의 기적들을 통해 유대인들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각을 얻습니다. 아브라함이 아버지 데라의 고향을 떠나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부터 시내산에서 계명을 받아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포되기 까지가 모세의 유월절 이야기라고 보는 해석이 있습니다. 다른 해석은 유월절은 제국의 억압을 받으며 권력의 포로로 살던 이스라엘이 열가지 기적 (숫자로는 열가지지만 내용에서는 열가지를 훨씬 넘는, 많은 이적들) 으로 해방을 받아 메시아적 공동체로 세워지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긴 렌즈로 넓게 보는 것과 좁혀서 집중해서 보는 해석 두 가지입니다. 람밤은 유월절의 핵심은 기억과 교육이라고 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조상의 고난과 기적의 구원을 기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무엇을? 이스라엘은 원래 여호와 아닌 우상들을 섬겼노라고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 시대에). 우상을 섬기다 제국을 섬기고, 유월절을 통해 비로소 한 분 야훼를 섬기게 되었다고. 그 야훼는 ‘자유’를 주신 분이라고. 기적을 일으키시는 야훼가 사람이 당신을 믿도록 만드는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야훼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고 깨닫기를 기다리며 바라셨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랍비 전승의 유월절 서사의 의미를 유대인이 아닌 입장에서 보는 것은 유익하면서 또 도전이 됩니다. ‘자유를 주신 하나님’이라는 그들의 고백을 나는 너무 쉽고 안일하게 받아 들이지 않나 싶습니다. 강대국의 압제에서 풀려난 자유를 넘어 죄의 굴레를 벗어나는 자유에 이르기까지 (홍해에서 시내산까지)의 여정은 나의 삶 군데군데에서 재연되고 반복됩니다. 내게 있는 자유 -예수로 말미암은 구원-를 어떻게 감당하며 사는가를 묻는 것은 책임에 관한 질문입니다. 구원 받은 기억과 신앙의 전승 (교육)은 유월절기의 숙제 이상입니다. 부활 신앙의 본질일 것입니다.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믿음은 헛된 것이라는 뜻은 죽은 뒤에 부활을 한다, 안 한다의 토론이 아니라, 지금 나의 자녀가 자기의 삶에서 하나님을 보는가, 하나님의 선하심을 경험하는가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신앙이 뭐 대단하다고 자식에게 물려주겠습니까. 하나님을 찾아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나의 아이들도 자기의 삶에 찾아 오시는 하나님을 반드시 만날 것입니다. 만나고 있습니다. 유월절을 기리는 유대인이나, 기리지 않는 우리나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살아갑니다.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있을까요. 이보다 더 한 기적이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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