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장 12-25절: 하나님의 걸음은 느리다

2–3 minutes

음성듣기 (해설)

음성듣기 (묵상 및 기도)

해설:

저자는 “세월이 지나”(11절)라는 표현으로 사십 년의 시간 간격을 뛰어 넘는다. 그 사이에 모세는 이집트의 왕궁에서 왕족 중 하나로 자랐지만, 히브리 사람이라는 의식이 살아 있었다. 그는 자기 동족이 착취와 박해에 시달리고 있는데 자신은 왕궁에서 호의호식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히브리 사람이 이집트 사람에게 매질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모세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이집트 사람을 살해한다(11-12절). 다음 날, 그는 히브리 사람들 사이의 분쟁에 끼어 들었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살인 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13-14절). 그 사실은 이집트 왕에게까지 알려졌고, 모세는 급히 미디안 광야로 도피한다(15절).

미디안 광야에서 모세는 미디안 제사장의 딸들을 만난다. 미디안은 아브라함이 세번째 아내 그두라에게서 얻은 네번째 아들 미디안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창 25:1-3). 이 부족은 요단강 동편에 거주하다가 모세 시대에는 시내 반도 남쪽에 살고 있었다. 미디안 부족의 종교는 아브라함의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사백여 년이 지나는 동안에 여러 종교와 섞여서 매우 다른 종교가 되었을 것이다. 

미디안 제사장의 딸들은 양 떼를 돌보고 있었는데, 남성 목자들이 그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고 모세가 쫓아버린다(16-17절). 그 일로 인해 제사장 르우엘(3장 1절에 의하면, 그는 “이드로”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은 모세를 집으로 초청했고, 모세는 그곳에서 머무르기로 한다. 르우엘은 모세를 십보라와 결혼시킨다(18-21절). 결혼 후 그들은 첫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게르솜이라고 짓는다(22절). 

저자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23절)라는 말로 다시 사십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다. 그 사이에 이스라엘 백성을 압박하던 이집트 왕이 죽는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양치는 목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모세를 통해 계획하셨던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정지된 것 같았다. 그 침묵의 시간 동안에 이스라엘 백성은 고난 중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었다(23절). 

23절과 25절에서 저자는 네 개의 동사(“탄식하며”, “부르짖으니”, “부르짖는”, “탄식하는”)를 사용하여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의 밀도를 전한다. 또한 24-25절에서는 네 개의 동사(“들으시고”, “기억하시고”, “보시고”, “생각하셨다”)를 사용하여, 백성의 부르짖음에 대해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제 역사는 임계점에 이르렀고, 바야흐로 하나님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 

묵상:  

모세를 통해 시작한 하나님의 구원 행동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 됩니다. 갈대 상자에 실려 떠내려 가던 모세가 이집트 공주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을 보면 하나님의 역사가 즉시 일어날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모세는 이집트 왕궁에서 40년 동안 잠잠히 살아갑니다. 그리고 우발적인 충돌로 인해 빚어진 사고 때문에 그는 미디안 광야로 피신하여 또 40년을 숨어 지냅니다. 

미시적으로 보면, 모세를 통해 시작될 듯 했던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정지된 것 같았고 폐기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니, 그것은 구원의 때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 받기에 준비 되고 모세가 구원자로서 일하기에 준비될 때까지 하나님께서는 기다리신 것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의 폭정에 시달리며 구원을 호소할 때 그분은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에 하나님은 들으시고 기억하시고 보시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느리게, 사소한 일들을 통해 그리고 이름 없는 사람들을 통해 당신의 일을 이루어 가십니다. 느리고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을 분별하고 그 템포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보이지 않을 때조차 그분의 섭리와 계획을 믿고 현실의 고난을 견디며 그분의 뜻을 따라 사는 것이 믿음입니다.

기도:

우주의 운행과 역사의 흐름을 다스리시는 주님, 주님의 그 거대하고 느린 걸음이 저희에게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자주 주님의 다스림을 의심하고 부정합니다. 저희로 하여금 주님을 바로 알게 하시고 바로 믿게 해주십시오. 저희의 작은 선택과 결정을 통해 주님께서 거대한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가신다는 것을 믿고, 오늘도 신실하게 주님의 뜻을 따라 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7 responses to “출애굽기 2장 12-25절: 하나님의 걸음은 느리다”

  1. bull9707 Avatar
    bull9707

    자녀들의 영혼 구원이 20년 이상의 기도 제목입니다, 저의 부부의 조급한 마음을 고쳐 주시고 느긋하고 온전히 주님을 의지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기도 응답이 이루워진다는 확신을 갖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도록 도와 주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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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nderlya0860fa447 Avatar
      tenderlya0860fa447

      아멘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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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young mae kim Avatar
    young mae kim

    산다는건 시간에 길들어져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정도가 나이대마다 다르고 하루 안에도 다릅니다. 시간이 물이라면, 산속의 개울물 흐르는 속도와 도심의 차도를 흐르는 속도가 다를 것입니다. 개울물도 빠르게 흐르는 구간이 있고, 바위 틈을 돌아 흐를 때는 늦어지겠지요. 배 고플 때는 밥이 뜸드는 데 드는 5분 10분이 길게 느껴지고, 오랫만에 친구와 통화를 할 땐 3, 40분이 정말 금방 지납니다. 모세의 인생은 히브리 사람을 모질게 때리는 이집트 사람을 죽인 일로 구분이 됩니다. 살인을 한 때가 40살입니다. 그 때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모릅니다. 미디안 땅으로 도망을 갑니다. 르우엘 제사장의 딸들을 만나 도와준 일로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됩니다. 모세는 르우엘의 집에서 사는 것을 좋아했다 (21절)고 합니다. 모세는 르우엘의 딸과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아 아버지가 됩니다. 모세 이야기의 맨처음부터 따라다니는 긴장감이 여전합니다. 살인/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죽어야 했던 남자 아기 모세는 죽지 않고 살아 남았지만 40세 성인 모세는 살인을 하고 이집트를 떠납니다. 살인을 하고 집을 떠난 또 다른 인물이 있지요. 가인입니다. 집에서 ‘사고를 치고,’ 식구들한테 못할 짓을 하고, 황급히 도망간 인물이 또 있습니다. 야곱입니다. 집을 떠난 이들이 제대로 사람이 되기 까지 -가인의 뒷이야기는 전해진 바 없지만- 참 많은 세월이 걸립니다. 시간의 단련을 받아 옛 모습이 없어지기까지 오래 오래 걸립니다. 히브리어로 영광, 존경, 주의 현존 등을 말할 때 카보드 kavod 라는 단어를 쓴답니다. 칭찬할 때도 (잘 했다!) kavod 를 쓰는데 어원은 k.v.d. (모음 없이) 에서 왔습니다. 무겁다 heavy, heaviness, weight 가 뿌리입니다. 영광과 무거움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게 40대를 지나는 모세를 읽으니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왕관을 쓰는 사람은 왕관의 무거움을 견뎌야 한다는 말이 왕관의 책임이나 고독을 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세를 보니 어두운 과거, 무지나 오판 때문에 저지른 죄 등도 무거운 자기 무게를 견디며 다 가라앉은 뒤에는 맑은 물로 바뀔 수 있는 것일까 하는 희망도 생겨납니다. 시간은 하나님과 사람의 공통 언어인가 봅니다. 시간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을 거시고,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배웁니다. 삶이 소중한 것은 시간 때문이지요. 주님 감사합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게 주셨으니 주의 영광을 위해 그 시간을 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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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nderlya0860fa447 Avatar
      tenderlya0860fa447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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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enderlya0860fa447 Avatar
    tenderlya0860fa447

    이집트 공주에게 입양된 모세. 젊은 날 그의 마음에는 정의감과 분노가 한데 뒤엉켜 있었을 듯. 궁에서 살며 온갖 특권을 누렸겠지만 로얄 패밀리 안에서 히브리인, 입양아의 위치는 초라했겠지요. 마침내 정의감이 폭주하는 분노에 삼켜지며 그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도망자로, 텅빈 사막의 무명의 목자로 일생을 보냅니다.

    미디언 광야에서 40년의 삶은 이집트 왕자로 살며 한껏 커졌던 그의 자아가 녹아 사라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고단한 이방인의 인격이 그의 정체성이 자리잡는 과정 아니었을지요? 하나님은 그의 인격과 존재 자체가 사명을 위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세요. 오래.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또 다시 오늘을 허락해 주신 것 감사해요. 현재(present)라 부르는 이 시간이 선물(present)임을 기억하는 하루 되기를. 세상이 너무 어둡고 시절이 악해요. 만사에 때가 있나니 모든 것 다 지나가면 주의 섭리를 반드시 알 수 있겠지요? 낙심과 실망을 이기고 확신과 담대한으로 주를 붙잡은 인생이 되기를. 소원해요. 아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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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achi049 Avatar
    gachi049

    조국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면서 왜 하나님은 빨리 통일을 시켜주시지 않으실까? 하는 항변아닌 항변을 할때가 많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북한과 남한을 보시기에 통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만큼 목숨을 걸고 기도하는 자와 하나님 마음에 합당한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때를 기다리며 주님의 날의 그시간에 통일을 시켜주실것을 굳게 믿고 통일의 그때까지 위해서 기도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동행하시고 도와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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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nderlya0860fa447 Avatar
      tenderlya0860fa44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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