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듣기 (해설)
음성듣기 (묵상 및 기도)
해설:
“그 무렵”(9절)은 세례 요한이 유다 광야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를 가리킨다. “예수”는 히브리어 이름 ‘예수아’ 혹은 ‘여호수아’의 헬라어식 표기다.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오셔서”라는 말은 그분이 갈릴리 지방 나사렛 동네에서 사셨다는 사실을 전한다. 갈릴리는 유다 광야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5절에서 마가는 유대 지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세례 요한에게 찾아왔다고 전할 뿐, 갈릴리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갈릴리에 살던 예수께서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세례 요한에게 찾아갔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예수님은 요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앞에서 마가는 요한의 세례가 “죄를 용서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4절)라고 했다. 그렇다면 “예수님에게도 용서 받을 죄가 있었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마가는 1절에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육신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 회개의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인류의 대속자로서 세례를 받으셨다는 뜻이다. 골고다의 사건은 이미 요단 강에서 시작된 것이다.
요한의 세례는 물을 뿌리거나 붓는 방식이 아니라 물 속에 잠겼다가 나오는 방식이었다. (이런 까닭에 침수 방식의 세례만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께서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실 때 “하늘이 갈라지는”(10절) 모습이 보였다. 이것은 ‘스키조’의 번역으로서 “찢어졌다”는 뜻이다. 하나님과 인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두꺼운 장막이 찢어졌다는 뜻이다. 또한 ”성령이 비둘기같이 자기에게 내려오는“ 것도 보셨다. 성령이 비둘기처럼 보였다는 말이 아니라, 비둘기가 사뿐히, 소리 없이 땅에 내려 앉는 것처럼 부드럽게 임하셨다는 뜻이다.
또한 그분은 하늘에서 들리는 음성을 들으셨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11절)는 음성은 창세기 22장 2절과 시편 2장 7절을 생각나게 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명령하면서 “너의 아들, 너의 사랑하는 외아들”이라고 부르셨다. 이 음성은 모리아 산의 이삭과 골고다의 예수님을 닮은 꼴로 생각하게 한다.
묵상:
세례 요한은 “나보다 더 능력이 있는 이가 내 뒤에 오십니다”(7절)라고 했는데, 그것이 예수님을 두고 한 말이라는 사실이 금새 밝혀집니다. 그분이 요한에게 찾아와 세례를 받으려 합니다. 마태복음에 보면, 요한이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보고 세례 베풀기를 주저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지금은 그렇게 하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하여, 우리가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옳습니다”(마 3:15)라고 답하십니다.
“의”는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의미합니다. 세례 요한과 예수님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인류의 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것은 그분의 개인적인 죄를 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죄를 짊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인류의 모든 죄를 제가 대신 지겠습니다”라는 결단으로 세례 받으셨던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겠다는 결단은 이미 요단 강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예수께서 이렇게 결단하자 하나님께서 응답하십니다. 그분은 먼저, 예수님이 인류의 죄를 대신 담당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 죄로 인해 하나님과 인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두꺼운 장막이 찢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십니다. 실제로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운명하셨을 때 성전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집니다(15:38). 여기서도 ‘스키조’라는 헬라어가 사용됩니다. 성전의 휘장은 죄로 인해 하나님 앞에 나가지 못하는 인간 실존의 상징입니다. 과거에는 제사장을 통해 하나님에게 나아갔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우리는 담대히 “은혜의 보좌”(히 4:16)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일을 위해 하나님은 예수님에게 성령을 부어 주시고 무한 신뢰와 사랑을 확인해 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나사렛을 떠나 세례 요한을 찾으심으로써 그분은 당신에게 맡겨 주신 하나님의 뜻을 위해 자신을 드리셨습니다. 그 은혜로 인해 오늘 우리는 그 낯설고 무섭고 두려운 신을 향해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고 그분의 사랑 안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 은혜에 감사 드립니다.
기도: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주님, 우리 스스로 죄업을 쌓아 올려 하나님과 원수 된 것을 불쌍히 여겨 저희의 죄를 대신 담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은혜를 기억합니다. 그 은혜가 너무 커서 저희는 감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 밖에는 하나님 앞에 설 수 없기에 그 은혜에 의지합니다. 그리고 마음 다해 감사 드립니다. 이 복음을 살게 하시고 또한 전하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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